고양이는 집사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집사분들이 대부분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고양이들이 자신을 부르는 집사의 목소리에 보이는 반응은 귀를 까딱하는 것뿐입니다. 고양이들이 다가올 때는 스스로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가 보통이죠. 그럴 때마다 ‘우리 OO이는 내 목소리를 알아 들으면서 무시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연구 결과 그것이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ㅠㅠ 오늘 똑 소리나는 반려인 프로젝트에서는 고양이가 집사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앞서 고양이들의 기억력이 좋고, 심지어 아이패드보다도 영리하다는 사실을 소개해드렸었는데요. 만약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반려인의 집에 오기 전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성장했다면, 10년 후 다시 그 장소에 데려가도 고양이는 자신이 걸어 다녔던 길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갔던 곳, 피해야 하는 사람, 나에게 애정을 갖고 대해줬던 사람을 기억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알아보고 기억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겠죠. Journal of Vision에는 고양이들이 반려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실제 크기의 얼굴 사진에서 반려인의 얼굴을 골라낼 수 있다고 해요. 고양이들은 얼굴 뿐만 아니라 몸짓 언어, 움직이는 방식을 비롯해 기억에 밀접하게 연관된 냄새에도 의존한다는데요. 그 중 하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려인의 목소리도 인식한다는 거죠.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나를 알아 보는지, 내 목소리를 알아 듣는지 궁금하기 마련인데, 도쿄대의 연구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8개월에 걸쳐 20마리의 집 고양이를 대상으로 반려인의 목소리를 인식하는지 알아봤는데요. 반려인이 자리를 비울 때까지 기다리다가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세 명의 녹음된 목소리를 틀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동물인지저널(Animal Cognition journal)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낯선 사람 사이에 반려인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지만, 고양이들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50~70%는 일단 귀나 머리를 움직여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그 반응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반려인이었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움직인 고양이는 약 10%정도에 불과했죠. 이 실험을 통해 도쿄대의 연구원들은 고양이는 반려인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과 구분해 인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경쓰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잠시만요 눈물 좀 닦고…
그렇다면 고양이는 왜 강아지들과 달리 반려인의 목소리를 알아 들으면서도 무시하는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도쿄대의 사이토 아쓰코와 시노즈카 카즈타카는 “두 동물이 인간과 관계를 맺어온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늘 날의 집 고양이들의 공통된 조상은 약 9,000년 전에 인간과 처음 접촉한 살쾡이 종인 펠리스 실베스트리스(Felis silvestris)인데, 초기 사회가 농업을 발전시키면서 이 고양이들은 곡물창고를 노리는 설치류들을 먹이로 삼으며 인간과 공존해왔습니다.
특정 역할을 사람들로부터 부여받아 명령을 수행해야 했던 강아지들은 때문에 관계 초기부터 사람들이 하는 명령에 복종하도록 훈련 받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설치류를 잡는 역할을 하지만 이는 보다 먹이를 쉽게 찾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쥐를 잡는 것에 있어 사람의 명령을 따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진화해왔는데요. 그러다보니 ‘지금 집사가 나를 찾고 있지만 굳이 가지 않아도 나는 상관 없다’고 생각해 소리가 들려도 무시한다는 겁니다. 간식을 들고 부르면 달라지겠지만요. 그러니 고양이가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그저 그렇게 진화한 것일 뿐, 반려인에 대한 애정은 충만하니까요. 🙂
출처: 한국반려동물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