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멘 반응 = 발 냄새에 얼어붙은 고양이의 표정

플레멘 반응 = 발 냄새에 얼어붙은 고양이의 표정

집사의 발 냄새를 맡은 고양이 짤을 본 적 있으신가요? 냄새가 충격적이라는 듯, 눈이 동그래지고 입을 벌린 상태로 얼어붙는데요. 이러한 고양이의 표정을 미국에서는 ‘cat stinky face’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악취를 맡은 고양이 얼굴(표정)’정도 될 것 같아요. 이런 고양이의 표정은 귀엽고 재미있는데, 고양이들에게 문제는 없는 걸까요? 정말 악취를 맡아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요? 오늘 똑 소리나는 반려인 프로젝트에서 알아볼 정보는 발 냄새에 얼어붙은 고양이의 표정, 플레멘 반응입니다.

독일어 동사에서 나온 단어인 플레멘(flehmen)은 ‘윗니를 드러내다’, ‘윗입술을 감아 올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플레멘 반응(flehmen response)은 냄새를 빨아들이는 메커니즘으로, 앞니와 잇몸을 드러낸 다음, 몇 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묘사할 수 있죠. 그리고 이 반응을 위해 관심을 보이는 부위를 핥을 수도 있으며, 목을 뻗어 머리를 하늘 높이 드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의 고양이처럼요. 고양이 외에도 호랑이나 사자 같은 고양이과 동물과 개, 염소, 코뿔소, 양, 엘크, 기린, 라마, 맥에 이르기까지 많은 포유동물들이 이 방식으로 냄새를 맡습니다. 

동물에 관한 수많은 책의 저자이자 인간동물관계학 전문가인 영국의 동물학자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플레멘 반응을 보일 때 동물이 얼굴을 찡그려 이빨을 드러내기 때문에 공격행위로 오해하기 쉽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앞니 뒤쪽 입천장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관인 비구개관(nasopalatine canals; 폭은 2mm 정도,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작고 평평한 틈처럼 보임)을 열어 냄새를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 제이콥슨 기관)으로 보내 냄새를 분석하는 건데요. 서골비 기관(vomeronasal organ; VNO), 보습코기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관은 많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보조 후각기관입니다. 야콥슨 기관과 연결되는 비구개관은 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우리가 코로 호흡하며 자동적으로 냄새를 맡는 것과 달리 직접적으로 야콥슨 기관까지 공기를 들이마셔 밀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야콥슨 기관은 페로몬과 같은 화학 자극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장기로, 1813년 루드비히 제이콥슨(Ludwig Jacobson)이 연구하여 발표했습니다. 브래드쇼는 이 야콥슨 기관에 대해 후각과 연관된 뉴런들과 완전히 다른 뉴런을 가졌다고 설명했어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 장기에 의해 처리된 냄새 정보가 후각과 미각의 중간쯤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플레멘 반응은 동물들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멍한 표정을 보이는 고양이와 달리, 호랑이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며, 말이나 맥, 염소 등은 윗입술을 들어 올리고 앞니를 보이며 웃는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뱀도 야콥슨 기관이 있는데요. 뱀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냄새를 야콥슨 기관으로 직접 전달해요. 갈라진 뱀의 혀 끝이 비구개관에 플러그처럼 들어 맞는다고 하네요.

[강아지들이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인사하는 것도 플레멘 반응, 다른 동물들처럼 눈에 띄는 표정을 짓진 않는다. 공기 중을 핥거나, 혀를 낼름거리고, 맛보는 것처럼 행동한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개가 고양이보다 후각 세포가 많아 뛰어난 후각 능력을 자랑하는데요. 야콥슨 기관으로 따지면 집 고양이들은 30개의 수용체를, 사냥개는 9개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고양이가 더 많은 것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 특히 고양이들은 같은 종(種)의 동물들에게서 나는 냄새를 조사할 때 플레멘 반응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야콥슨 기관이 짝짓기와 영역표시 등 동일종 내에서 의사소통에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플레멘 반응은 수컷이 암컷의 생식상태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암컷들 사이에 생식상태를 동기화하거나, 출산 후, 그리고 성숙하지 않은 어린 동물들이 보이는데요. 일반적으로 페로몬에 기초한 이 반응들은 모두 동일종 내의 의사소통에 속합니다. 서로 다른 종들 간의 의사소통의 예도 있는데, 자넨 염소(Saanen goat)들은 15종의 다른 포유류, 3종의 조류, 2종의 파충류의 소변에도 플레멘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이는 플레멘 반응을 유도하는 특정 페로몬에 공통된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미국의 웹진인 슬레이트(Slate.com)는 우리의 먼 조상들은 플레멘 반응을 사용했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오늘날 사람은 야콥슨 기관이 퇴화되었으나, 지금도 사람의 태아가 형성될 때 야콥슨 기관을 만들기 위한 길이 생겨서 태아의 발달 중간에는 길을 볼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다고 합니다.

혹시 고양이가 플레멘 반응을 보일 때 재미있고 귀여운 표정에 웃음이 나긴 하지만 한 켠으로 걱정스러웠던 분 계신가요?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레멘 반응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어서 고양이에게 해가 없다고 해요. 고양이가 플레멘 반응을 보이면 즐겁게 웃으며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시면 될 것 같아요. 😀

출처: 한국반려동물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