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색이 변하는 이유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를 본 적 있으신가요? 아기 고양이가 갓 눈을 떴을 때 눈색을 혹시 보셨나요? 아기 고양이의 눈은 일반적으로 파란색이지만, 자라면서 눈색이 바뀌는데요. 왜 아기 고양이들은 파란 눈을 가지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눈색이 바뀌는 걸까요? 오늘 똑 소리나는 반려인 프로젝트에서 고양이 눈색이 변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고양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완전히 작동하는 감각은 두 가지입니다. 후각과 촉각이죠. 눈과 귀는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아기 고양이는 태어난 후 처음 몇 주 동안은 그저 엄마냥의 도움을 받으며 먹고 자는 것에 열중하죠. 이렇게 아깽이들이 열심히 먹고, 자는 이유는 세상을 보고, 듣고, 탐험할 준비를 마치기 위함입니다. 일반적으로 아깽이들이 처음 눈을 뜨는 시기는 생후 2주(14일)쯤 되어서인데요.
물론, 더 빨리 눈을 뜨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을 떴다는 것이 기능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처음 눈을 뜬 후에도 완전히 뜨기까지 이틀이 더 필요하고, 빛을 처리하고 감각 입력을 해석하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성장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한 달에서 5주까지는 잘 보지 못하고, 발과 눈을 스스로 조정하는 것도 익숙치 않아 비틀대지만, 생후 5주~7주 사이의 어느 시점에 대부분 시각적 기능이 완전해집니다. 즉, 고양이의 눈은 태어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발달하고 있는 거죠.
# 아기 고양이의 눈은 파란색!
이 발달 기간 동안 아기 고양이는 보는 법을 배우지만, 눈 자체는 생후 3개월~6개월이 될 때까지 완전히 성숙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아기 고양이의 눈에서 첫 번째로 발달하는 것은 시력이고, 두 번째가 색인데요. 아기 고양이의 눈은 뜬 후 처음 몇 주 동안은 파란색으로 보입니다. 아기 고양이는 아직 눈이 완전히 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멜라노사이트(melanocyte; 멜라닌 생성 세포)가 활동하지 않아 홍채에 멜라닌이 없는데요. 눈은 둥근 모양이기 때문에 빛이 둥근 표면에 굴절되어 우리가 보기에 파란색으로 보이는 겁니다.
# 그럼 아기 고양이의 눈색은 언제 변할까?
바로 시각적 기능이 완전해지는 생후 6주~7주쯤입니다. 우선 눈이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춘 후에 멜라노사이트는 고양이의 눈색에 영향을 주는 색소인 멜라닌(melanin)을 생성하기 시작하는데요. 아기 고양이의 진짜 눈 색깔은 보통 생후 4개월이 되면 뚜렷해집니다. 최종 색상과 색의 깊이, 색의 강도는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결정됩니다. 성묘가 가질 수 있는 눈색의 스펙트럼은 녹색(green)에서 구리색(copper)까지이며, 이 안에서도 다양한 음영과 변형이 나타나게 되요. 연한 녹색은 홍채에서 멜라닌이 가장 적게 생성된다는 의미이고, 가장 많으면 깊고 풍부한 구리색을 띱니다. 멜라닌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의 눈처럼 검은색이나 갈색을 띠지는 않는다고 해요.
# 스펙트럼에 속하지 않는 눈색: 파란색과 오드 아이
성묘임에도 눈색이 파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홍채에 있는 멜라노사이트에서 멜라닌을 거의 생성하지 않거나 전혀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다 자랐음에도 눈이 파란색인 건데요. 두 눈이 다른 색을 띠는 오드 아이(odd eye) 역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생 동안 파란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예로는 샴과 같은 포인티드 패턴(pointed pattern) 고양이를 들 수 있는데요. 유전적으로 샴이 주요한 공헌을 한 품종들 역시 파란 눈을 갖습니다.
: 랙돌
: 버만
: 히말라얀
: 통키니즈
: 발리네즈
: 스노우슈
: 자바니즈
포인티드 패턴인 품종 외에도 몇몇 바이 컬러(bi-color; 두 가지 색) 품종들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단순히 멜라닌을 많이 생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란 눈을 갖기도 하지만, 다른 색소들을 가리거나 억제하는 유전자의 결과로 파란 눈을 갖기도 합니다.
또,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들 수 있는 품종은 뉴 멕시코가 고향인 오호스 아즐레스(ojos azules)인데요. 스페인어로 파란 눈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로, 고양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털색을 가질 수 있으며, 성묘가 되어도 짙은 파란색 눈을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매우 희귀한 품종이어서 이 아이들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고 합니다.
# 털색이 짙으면 눈색도 짙을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털색이 짙다고 반드시 눈색도 짙은 건 아닙니다. 털색과 눈색에는 다른 유전자들도 관여하기 때문에 검은 고양이가 옅은 헤이즐색이나 파란색 눈을 가질 수도 있고, 치즈냥이 짙은 구리색 눈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흰 고양이들은 상위 흰색 유전자(epistatic white gene)가 우성(dominant)이고, 다른 색들을 가리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파란 눈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흰 고양이들은 또 오드 아이가 나타나는 경향도 많은데요. 몸 전체가 흰색인 고양이에게서 가장 쉽게 볼 수 있지만, 흰 반점 유전자(white spotting gene)를 가진 고양이라면 어느 고양이에게서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흰 반점 유전자는 단색이나 무늬가 있는 고양이에게 흰색 반점을 갖게 하는 유전자입니다. 이 흰색 반점은 얼굴에 블레이즈(blaze; 양 눈 사이를 가로지르는 흰색 줄무늬)를 형성하거나 턱받이 같은 하얀 무늬, 턱시도 무늬, 또는 얼룩덜룩한 발을 만든다고 해요.
# 파란 눈 혹은 오드 아이인 흰색 고양이는 모두 청각장애를 갖는다?
흰색 고양이(solid white; 흰색 단색)가 파란 눈을 가지고 있는 경우 청각장애가 나타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란 눈의 흰색 고양이 중 대략 20% 정도가 청각장애를 앓는다고 하니 비율이 높긴 하죠. 또, 오드 아이의 경우도 파란 눈인 쪽의 귀가 청각장애를 앓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모든 파란 눈의 흰색 고양이, 오드 아이인 흰색 고양이가 청각장애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 성묘가 된 이후 눈색이 변한다면?
아기 고양이 시기에서 성장하며 눈색이 한 번 변했다면, 성묘가 된 이후 고양이의 눈은 색이 바뀌지 않습니다. 평생 그 색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데, 만약 성묘의 눈색이 바뀌었다면 이는 포도막염(uveitis) 같은 비교적 일반적인 질병에서 백혈병(leukemia), 고양이 면역 결핍 바이러스(feline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심각한 질병까지, 의학적인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는데요. 포도막염을 앓는 고양이들은 종종 비정상적으로 노랗거나 붉은 주황색으로 눈색이 변합니다.
포도막염은 비교적 흔한 안과 질환이지만, 포도막염이 다른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므로 병원에 찾아가야 하는데요. 포도막염이 나타나는 다른 질병으로는 눈의 외상,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허피스나 FeLV, FIV, 또는 FIP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viral disesase), 전이성 종양, 당뇨병(diabetes), 고혈압(high blood pressure)이 있습니다. 포도막염 자체가 흔한 질환이긴 하지만 가벼운 질환인 건 아닌데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영구적인 안구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고양이의 눈이 흐리고, 희고, 탁한 경우 백내장이나 녹내장(glaucoma)일 가능성이 있으며, 문맥전신순환션트(Portosystemic Liver Shunt)를 앓는 경우 눈이 구리빛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만약 여러분 고양이의 눈이 예전과 달리 색이 변한 걸 발견했다면 고양이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가능한 빨리 수의사를 찾아가 검진 받아야 합니다. 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고양이의 보호자인 반려인의 역할이니까요!
출처: 한국반려동물Academy